금리가 내려도 환율은 올랐던 이유, 2024년 6월부터의 1,400원대

2023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원화는 미국 금리 상승과 함께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2024년 6월부터 미국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예상과 달리 원화 약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금리와 환율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순간, 무엇이 일어났는지 짚어봅니다.

원/달러 환율(평균) 추이
원/달러 환율(평균) 추이

금리 상승과 함께 약해진 원화, 같은 속도로는 아니었다

2023년 1월 원/달러 환율은 1,247원이었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3.53%였습니다. 이듬해 6월까지 이 둘은 함께 움직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으로 133원 약화됐고, 미국 금리는 4.31%로 0.7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높아져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 원화가 약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둘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10월 미국 금리가 4.80%로 제시된 구간 중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원/달러는 1,351원이었습니다. 그 이후 금리는 내려갔는데 원/달러는 올라갔습니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금리는 4.06%에서 4.31%로 소폭 오르기만 했지만, 원/달러는 1,324원에서 1,380원으로 56원 약화됐습니다. 금리 신호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자 달러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6월은 분기입니다. 그 달 미국 금리는 4.31%였는데, 이후 금리 인하 신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학이라면 금리가 내려가니 달러의 상대적 매력이 줄어들어 환율도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으로 일관했고,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 사이에는 1,392원에서 1,527원(2026년 6월)까지 올랐습니다.

이런 ‘역설’은 금리 사이클의 전환점이 갖는 특수성에서 나타납니다. 금리 인상이 끝나고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구간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사이클 분석에 따르면,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신호는 투자자들에게 경제 약세 우려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할 정도로 경제가 힘들어진다는 뜻으로 읽히는 것입니다.

금리의 절대값(얼마나 높은지)이 아니라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신호 자체가 시장의 심리를 바꿨습니다. 이 시점부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주식 등)보다 안전자산(미국 국채, 달러)으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고, 달러 수요는 늘어났습니다.

원/달러 환율(평균) 주요 수치
원/달러 환율(평균) 주요 수치

글로벌 불안감에 한국의 외환 수요까지 더해지자 환율이 고착됐다

2024년 6월 이후 미국 금리가 내려가도 원화가 약세를 벗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경제 자체의 특성에 있습니다.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거의 전부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 때, 기업과 가계가 해외 차입금을 상환할 때마다 달러를 사야 합니다. 이런 구조적 외환 수요는 금리 신호보다 더 강력하게 환율을 움직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한국의 구조적 외환 수요가 맞닿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금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서 고착됐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원/달러는 1,406원으로, 2024년 6월(1,380원)보다 여전히 26원 높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금리는 내려갔음에도, 환율은 내려오지 않은 것입니다.

높은 환율이 오래 유지되면 수입품 가격부터 달라진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달러로 매겨진 상품을 살 때 더 많은 원화를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같은 달러 가격이어도, 환율이 오르면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이 올라갑니다. 수입 식재료, 기계 부품, 의약품도 마찬가지입니다. 1,400원대의 환율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런 가격 상승이 생활비 전반에 누적되고 있습니다.

환율 약세는 해외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미국 주식이나 달러 자산의 가치가 원화로 환산될 때 감소합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빌려간 돈이 있는 기업과 가계는 상환 부담이 늘어납니다. 원/달러 환율이 구조적으로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변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장기 재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금리와 환율은 별개의 신호, 변동 요인을 더 넓게 봐야 한다

2023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의 데이터를 돌아보면, 금리와 환율의 연결고리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6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금리는 거시경제의 여러 신호 중 하나일 뿐, 환율을 움직이는 모든 요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 각국 통화의 상대적 건전성, 각 나라의 구조적 외환 수요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함께 작용합니다.

지금 원/달러가 1,400원 대 초반에서 움직이는 것도 이런 복합성의 결과입니다. 미국 금리의 향방 하나만 보고 환율을 예측하려 했던 사람들이 2024년 하반 이후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환율을 이해하려면 금리 자료뿐 아니라 국제 자본 흐름, 한국의 무역 수지, 외환 보유액 같은 여러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원/달러 환율(평균) 최근 흐름
시점 금액
2024년 1월 1,324원
2024년 2월 1,332원
2024년 3월 1,331원
2024년 4월 1,368원
2024년 5월 1,365원
2024년 6월 1,380원

자료: 한국은행 ECOS · FRED (세인트루이스 연은)

※ 본 내용은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참고 자료입니다.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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